“라면 먹을래?” “형은 집에 안 가요?” “태형아, 지금 이 형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하디귀한….” “그 휴가를 저 때문에 쓰시지 말고, 그만 집에 좀 가세요. 아니면 호석이 형 집에 가도 되잖아요!” 지긋지긋한 속세를 벗어나 전정국 생각 좀 덜어내려 했건만. 그래서 일주일 내내 집안에만 짱 박혀 있으려고 엊그제 거하게 장까지 봐왔건만! 눈앞...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전정국을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다 잠이 든 지난밤이었다. 한 마디로 졸리고, 피곤하고 축축 처지는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어찌나 피곤하던지, 전정국이 내 엉덩이를 만지며 흔들어대는데 놀랄 기운도 없었다. 이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건지, 원.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침에 전정국과 함께 숙소를 나서다 박...
난데없는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자, 남준이 형이 맥주와 콜라를 각각 하나씩 들고 웃는 얼굴로 서 있었다. 이제 막 샤워하고 나온 탓에 드라이하지 못한 머리가 까치집이나 다름없었다. 남준이 형인데 뭐 어때. 몇 년을 부대끼고 산 덕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마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문을 열자 곧장 보인 사람이 전정국이었다 해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굳이 실험해...
박지민과 정신없이 놀다 보니 약속된 회의 시간이 이미 훌쩍 지난 뒤였다. 형들 다 와 있으면 어쩌지? 전정국 말로는 다들 일찍 오기로 했다던데. 다른 것도 아니고 회의인데 안 늦는 게 맞긴 하니까. 이런저런 생각에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는 나와 다르게, 박지민은 일부러 제 발걸음을 점점 더 늦췄다. 대체 뭐가 문제라서 이렇게 온몸으로 성질부리는 건지 도통 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심지어 한 주가 지나는 동안 전정국은 평소와 조금도 다를 거 없었다. 먼저 키스 얘기를 꺼낸다거나, 부끄러워서 눈을 피한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냥 평소 하던 대로 같이 게임 하겠냐 묻고, 야식 먹자며 라면을 꺼내오고, 어떤 날은 장난스레 툭 치고 지나가고. 뭐 하나 달라진 게 없었다. 굳이 정국이가 먼저 말 걸어주지 않아도, 아...
반 오십 년 가까이 봐 온 내 얼굴인데 오늘따라 영 어색하기만 하다. 뭐라 형용하지 못할 묘한 기분에 애꿎은 셔츠 소매 자락만 잡아당겼다. 이렇다 할 무늬 없이 하얀 와이셔츠는 새 옷답게 각이 빳빳하게 잘 서 있어서, 잡아당겨봤자 좀처럼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늘 상 화려한 셔츠만 입어 와서 그런 건지, 어째 거울 속 내 모습이 내 모습 같지가 않다....
“니 지금 내 말 안 듣지!” 도로록. 눈동자를 굴리기 무섭게 박지민이 소리를 빽 질렀다. 멤버들 다 자니까 작게 말할 테니 잘 들으라고 할 때는 언제고, 세상모르고 자는 정국이까지 깨울 목청이었다. 어쨌든 덕분에 박지민 머리에 가려 내내 보이지 않던 시계가 보였다. 대체 어떤 인간이 시계를 저기다 걸어놓은 거람. 박지민이 잔뜩 굳은 얼굴로 김태형, 하고...
“썸이잖아.” 그간의 사정을 잠자코 듣고 있던 지민이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니, 썸 아니라니까?” “그게 썸이 아니면 뭔데? 단둘이 놀러 다니고, 단둘이 플레이리스트 공유하고, 단둘이 얘기하잖아. 와 씨 생각해보니까 괘씸하네. 멤버라고 꼴랑 7명인데, 감히 막내 둘이서 이 형님들을 왕따 시켜?” 지민이는 제 트레이드 마크인, 앞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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