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라는 이름의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한 정국이 두 손으로 태형의 뺨을 감쌌다. 어차피 일찍 잠들기는 글렀는데, 키스라도 찐하게 할 생각이었다. 오늘이야말로 그만 튕기고 한 번 넘어가 줄 타이밍 아닐까. 내일 경기에서 잘하면 태형에겐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징크스가 약간은 허물어질 수 있을 거 같다는 기대도 있었다. 정국은 두 눈에 태형의 입술을 가득...
“형, 나 그냥 외야수 그만 둘까봐.” 난데없는 정국의 폭탄선언에 태형은 넋이 나갔다. 벌써 몇 년이더라. 자그마치 9년이다, 9년. 이제 고작 19살인 녀석이 야구를 9년이나 했다. 자기 인생의 절반이나 되는 시간을 야구에 꼴아 박은 녀석이었다. 야구부에게 황사, 태풍, 눈은 장애물 축에도 못 꼈다. 연골이나 근육 중 무엇 하나 망가져야 간신히 회복 기...
드라마나 영화 보면 다들 그렇게 하길래, 나도 삶은 계란과 사이다를 준비했다. 마음 같아선 완벽한 재현을 위해 병 사이다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꼴값은 작작 좀 떨라고 하는 윤기 형의 날 선 말 때문에 뚱캔으로 나름 적당히 합의 보고 준비한 거였다. 통기타도 함께 챙겨볼까 했지만, 그랬다간 재현이 아닌 코스프레 분위기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친형의 통기타를...
“정국씨, 하루 종일 뭘 그렇게 웃어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마케팅팀 박 대리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게 적막 혹은 짜증만 가득한 사무실에서 나 혼자 빵긋빵긋, 분위기 파악 못한 놈처럼 잘도 웃고 있었다. 다른 직원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직격타로 맞은 업무 폭탄 때문에 허덕거리며 일하는 중이었다. 그놈의 연말 정산. 매 해마...
약속 시각과 장소는 토요일에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오후 4시 30분이었다. 홍대로 가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고, 이태원 쪽은 영 마음이 안 갔다. 그렇다고 종로로 가서 나 게이입니다, 광고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역시 제일 무난한 선택이었다. 미리 짜놓은 동선 또한 무난했고, 한편으로는 완벽했다. 만나자마자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보고, 가장 출출할 시간에...
“그럼 포기한다는 거야? 아니면 쫓아다닌다는 거야?” 비어있는 잔에 하이트 맥주를 콸콸 따르던 남준이 형이 물었다. 저러면 맥주 반, 거품 반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또 저런다. 종이컵에 맥주 따를 땐, 물로 잔을 한 번 헹군 뒤 해야 한다고 골백번도 더 말하고 나서야 나아졌는데. 맥주 거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매번 저렇게 하는 건지 도통 알 ...
김태형이 앞장서서 데리고 간 곳은 세계 맥주 전문점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죄다 나무로 되어 있는 모양새가 꼭 미국 서부 영화에 나올 법했다. 오죽하면 사장님이 카우보이 마니아일까? 궁금할 정도였다. 다행히 간판 오른쪽 귀퉁이에 적힌 지점 이름을 발견함과 동시에 궁금증이 사라졌다. 체인점이라는 게 대부분 사장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될 리 없었다. 정 궁금하면...
“이른 아침부터 듣기엔 너무 남사스러운데.” “해가 중천에 떴거든요.” “인마, 내가 지금 눈 떴으면 이른 새벽이고 그런 거야.” 입에 물고 있는 연초 탓인지, 윤기 형의 발음이 뭉그러졌다. 담배를 끊을 거라며 호언장담할 때는 언제고. 윤기 형의 모니터 앞 재떨이는 이미 담배꽁초로 만석이다.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 그다음에는 길게 숨을 내뱉고. 희뿌연 ...
김태형을 만났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난 8년 동안 김태형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들을 그렇게 모으고, 추려보고, 정리하고 했지만, 그중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일주일 동안이나 지켜본 결과, 이젠 김태형이 한 말이 진짜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8년 동안 코빼기도 비춘 적 없는 얼굴이니 나도 모르게 자기 망상, 그런 것에 빠진 건 아...
나는 촉이 꽤 좋은 편이었다. 여기서 누군가 마주치겠구나 하면 마주쳤고, 느낌이 좋지 않아 피해 간 곳에선 후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정확도 80%를 자랑하는 내 직감에 감탄한 친구들은 이것저것 묻곤 했는데, 주로 성적 아니면 연애에 관련된 일이었다. 덕분에 이렇다 할 연애 경험 하나 없이, 지식 IN 태양신 뺨치는 연애 지식을 탑재할 수 있었다. 고...
+ 오랜만에 다시 보니 제가 썼지만 절벽 엔딩이라 당황스럽더라고요. 이제서야 외전을 쓰기엔 어려울 것 같아서 당시 회지에 실었던 사운드 트랙과 작가 후기라도 함께 올립니다. SOUND TRACK 1부 Zella Day - East of Eden Summer Walker - Deep Bebe Rexha - I'm A Mess Two Feet - I Fe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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